전체 글25 아침 바와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하루의 시작 아침 바와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하루의 시작– 앉지 않고 마시는 커피의 의미이 글은 ‘이탈리아 도시와 일상의 리듬’ 시리즈 중 한 편으로, 광장과 걷기에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생활 문화를 다룹니다.1. 이탈리아의 하루는 커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에서 시작된다이탈리아에서 아침을 여는 것은 커피 그 자체가 아니다.정확히 말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이 아니라 ‘바에 들어가는 행위’다.이탈리아의 바는 집과 직장 사이에 놓인 중간 지대다. 사적인 공간도, 완전히 공적인 공간도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은 하루의 리듬 속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출근길에 잠시 들르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스치듯 들어온다. 누군가는 신문을 펼치고, 누군가는 카운터에 .. 2026. 2. 11. 이탈리아 도시의 심장, 피아차: 왜 모든 길은 광장으로 향하는가 이탈리아 도시를 걷다 보면 공통된 경험을 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이며 넓은 공간에 도착해 있다는 느낌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고 방향을 몇 번 틀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광장이 나타난다.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도시는 처음부터 광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피아차(Piazza)는 단순한 공공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구조다.1. 피아차는 공간이 아니라 ‘구조’다이탈리아에서 광장은 장식이 아니다.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열리고, 길은 광장을 향해 흐른다. 주요 도로는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이어지고, 성당과 시청사, 상점과 주거 공간은 광장을 둘러싸며 배치된다. 광장은 도시의 한가운데에 ‘놓인 장소’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조직하는 기준점에 .. 2026. 2. 11. 로마: 과거는 끝나지 않는다 – 유적 위에 일상이 얹힌 도시 로마: 과거는 끝나지 않는다유적 위에 일상이 얹힌 도시의 구조1. 로마에서 과거는 ‘보존 대상’이 아니다많은 도시는 과거를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 오래된 건축은 박물관 안으로 옮겨지고, 보호 울타리와 설명문 뒤에서 과거는 현재와 분리된다. 그곳에서 역사는 감상의 대상이 되지만, 삶의 일부는 아니다. 일상은 과거를 피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한다.그러나 로마는 이 방식과 정반대의 선택을 해온 도시다. 로마에서 과거는 보존되지 않는다. 과거 위에 그대로 살아간다. 고대 신전의 기둥 옆에 카페가 들어서고, 로마 제국 시대의 벽 위로 전깃줄과 간판이 지나간다. 수천 년 전 다듬어진 돌바닥 위를 오늘의 출근길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의도적으로 연출된 관광 풍경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작동 중인 도시의 구조.. 2026. 2. 10.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시’를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종종 하나의 나라를 상상한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그 상상은 빠르게 흔들린다. 이곳에서는 국가보다 도시가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이탈리아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1. 이탈리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도시들의 집합’이다이탈리아를 단일한 성격의 나라로 이해하려 하면 곧 한계에 부딪힌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는 서로 너무 다르다. 말투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며, 일상을 조직하는 리듬마저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색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통일 국가가 아니었고, 각 도시는 독립적인 정치·경제·문화 단위로 성장해 왔다.이탈리아에.. 2026. 2. 10. 스페인 여행에서 꼭 경험해야 할 것들 –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 대부분은 먼저 지도를 펼친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뒤 오래 남는 기억은 지도 위의 점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흘러간 시간이다. 스페인은 ‘어디에 있었는가’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를 묻게 만드는 나라다.1. 스페인 여행에서 ‘꼭’이라는 말이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여행 정보를 검색하면 언제나 비슷한 목록이 등장한다. 꼭 가야 할 도시, 꼭 봐야 할 명소, 꼭 먹어야 할 음식. 이 목록들은 여행을 준비하는 데는 편리하지만, 스페인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이 나라에서 ‘꼭’이라는 말은 장소를 가리키는 지시어라기보다, 경험의 방식에 가까운 단어이기 때문이다.스페인은 체크리스트형 여행에 잘 맞지 않는 나라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나라의 핵심은 무엇을 보았는지가 아니라, 어.. 2026. 2. 10. 스페인 여행의 리듬 : 늦은 저녁, 느린 식사, 긴 밤 스페인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종종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식당이 이렇게 늦게 열지?”, “도시는 왜 오후에 멈춘 것처럼 보이지?”. 이 낯설음의 중심에는 스페인 특유의 시간 리듬이 있다.스페인의 하루는 한국이나 북유럽의 시간표와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여행은 불편해지고, 이해하는 순간 여행은 한층 깊어진다.1. 시에스타 이후에 시작되는 하루의 두 번째 장스페인의 낮은 길다. 강한 햇볕과 더운 기후 속에서 도시는 오후에 잠시 속도를 늦춘다. 이것이 흔히 알려진 시에스타다.하지만 시에스타는 ‘게으름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하루를 둘로 나누는 합리적인 구조에 가깝다.아침: 출근과 학교, 행정과 일상의 시작정오~오후 초반: 점심과 휴식오후 늦게: 다시 열리는 상점과 거리저녁.. 2026. 2. 7.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