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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건축에서 ‘비례’가 중요한 이유– 아름다움이 아니라 질서의 문제 이탈리아 건축을 바라보며 우리는 흔히 ‘아름답다’고 말한다.하지만 그 감탄 뒤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왜 이 공간은 안정되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가.1. 이탈리아 건축은 ‘예쁘다’고 말하기 어렵다이탈리아 건축을 처음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은 종종 비슷하다.“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사진보다 덜 예쁜데?”특히 북유럽의 정제된 미니멀리즘이나, 프랑스의 장식적 바로크, 혹은 현대적 유리 커튼월 건축에 익숙한 시선이라면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의외로 거칠고, 색은 바래 있고, 벽은 균일하지 않으며, 건물들은 완벽히 대칭적이지도 않다.그렇다.이탈리아 건축은 ‘예쁘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이 시작된다.■ ‘미적 쾌감’보다 먼저 오는 것이탈리아 건축은 즉각적인 시각적 자극.. 2026. 2. 14.
피렌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사고 체계 | 르네상스는 왜 이 도시에서 시작됐나 피렌체는 작은 도시다. 면적도, 인구도 당시 유럽의 대도시들과 비교하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왜 르네상스는 이 도시에서 시작되었을까.그 답은 한 명의 천재나 한 가문의 후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피렌체는 ‘예술이 발전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사고 체계처럼 작동한 공간이었다.1. 피렌체는 권력이 아닌 ‘시민’이 움직이던 도시였다중세 유럽의 대부분 도시는 왕권이나 교황권 아래에 놓여 있었다.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고, 도시는 그 질서를 따르는 구조였다. 그러나 피렌체는 달랐다. 이 도시는 공화정 체제를 유지한 도시국가였다. 명목상의 군주가 아니라, 길드(직업 조합)와 상인 계층이 정치 운영에 직접 참여했다. 렌체의 행정 체계는 복잡했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권력이 특정 혈통에 고정되지 .. 2026. 2. 13.
골목의 깊이: 이탈리아 도시는 왜 미로처럼 생겼을까 이탈리아 도시를 처음 걷는 여행자들은 종종 같은 질문을 던진다.“왜 이렇게 길이 복잡하지?”지도 위에서는 가까워 보이던 목적지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고, 직선으로 가면 될 것 같은 길은 여러 번 꺾이며 골목 속으로 사라진다.하지만 이 미로 같은 구조는 우연도, 비효율의 결과도 아니다. 이탈리아 도시의 골목은 방어보다 관계를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1. 이탈리아 골목은 ‘막기 위한 길’이 아니었다많은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골목을 보며 중세 도시의 방어 구조를 떠올린다.좁고 구불구불한 길, 시야가 한 번에 트이지 않는 구조, 예측하기 어려운 동선.분명 일부 시기에는 외부 침입을 염두에 둔 설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도시의 골목을 방어 논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골목들은 지나치게 많.. 2026. 2. 12.
아페리티보: 점심보다 중요한 저녁 이전의 시간 | 이탈리아 여행 리듬 점심보다 중요한 저녁 이전의 시간, 아페리티보– 식사가 아니라 리듬에 대한 이야기1. 이탈리아의 하루는 저녁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는다이탈리아의 하루는 점심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저녁으로 향하지 않는다.많은 여행자들이 이 지점에서 처음으로 리듬의 차이를 느낀다. 오후가 깊어지는데도 식당은 아직 조용하고, 도시는 분명 깨어 있지만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비어 있는 구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탈리아 하루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완충 지대다. 일과 휴식, 개인의 시간과 사회적 시간이 섞이기 직전, 도시는 잠시 속도를 늦춘다.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시간을 서두르지 않는다. 점심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저녁의 밀도가 자연스럽게 쌓이기를 허용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하루는 직선적으로 .. 2026. 2. 12.
아침 바와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하루의 시작 아침 바와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하루의 시작– 앉지 않고 마시는 커피의 의미이 글은 ‘이탈리아 도시와 일상의 리듬’ 시리즈 중 한 편으로, 광장과 걷기에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생활 문화를 다룹니다.1. 이탈리아의 하루는 커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에서 시작된다이탈리아에서 아침을 여는 것은 커피 그 자체가 아니다.정확히 말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이 아니라 ‘바에 들어가는 행위’다.이탈리아의 바는 집과 직장 사이에 놓인 중간 지대다. 사적인 공간도, 완전히 공적인 공간도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은 하루의 리듬 속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출근길에 잠시 들르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스치듯 들어온다. 누군가는 신문을 펼치고, 누군가는 카운터에 .. 2026. 2. 11.
이탈리아 도시의 심장, 피아차: 왜 모든 길은 광장으로 향하는가 이탈리아 도시를 걷다 보면 공통된 경험을 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이며 넓은 공간에 도착해 있다는 느낌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고 방향을 몇 번 틀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광장이 나타난다.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도시는 처음부터 광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피아차(Piazza)는 단순한 공공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구조다.1. 피아차는 공간이 아니라 ‘구조’다이탈리아에서 광장은 장식이 아니다.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열리고, 길은 광장을 향해 흐른다. 주요 도로는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이어지고, 성당과 시청사, 상점과 주거 공간은 광장을 둘러싸며 배치된다. 광장은 도시의 한가운데에 ‘놓인 장소’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조직하는 기준점에 .. 2026. 2. 11.